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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빌리시에서 성삼위 교회를 지나 카즈베기 산까지 걷는 조지아의 시간

by miya1071 2025. 7. 9.

카즈벡 산 관련 사진
카즈벡

조지아는 유럽과 아시아의 경계에 위치한 작은 나라지만, 풍부한 역사와 드라마틱한 풍경으로 여행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매력적인 목적지다. 그 중심에는 수도 트빌리시와 북부 고산지대에 위치한 카즈베기 산, 그리고 그 중턱에 세워진 성삼위 교회가 있다. 트빌리시는 오랜 제국의 역사와 현대 문화가 공존하는 다층적인 도시이며, 카즈베기 산은 코카서스 산맥의 위엄을 대표하는 자연경관의 정수다. 성삼위 교회는 그 중간에 위치한 상징적 존재로, 자연과 신앙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세 장소는 서로 떨어진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여행자에게 하나의 서사처럼 연결되어 있다. 본문에서는 트빌리시의 도시적 구조와 문화, 성삼위 교회의 역사적 의미와 위치, 그리고 카즈베기 산의 자연적 장엄함을 유기적으로 서술하며, 조지아가 가진 공간적 서사의 힘을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트빌리시는 도시 자체가 하나의 역사 박물관처럼 느껴지는 공간이다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는 단순한 행정 중심지를 넘어, 수천 년의 시간이 켜켜이 쌓인 복합적 공간이다. 고대 실크로드의 중요한 교역지였던 이 도시는 페르시아, 아랍, 오스만, 러시아 제국 등 다양한 세력의 영향을 받아 건축과 문화에 다문화적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올드타운에서는 곱게 바랜 벽돌 골목과 목조 발코니 건물들이 이어지고, 그 중간중간에는 동방정교회 성당과 이슬람 사원, 유대교 회당이 공존하며 마치 하나의 문화 박물관에 들어선 듯한 인상을 준다. 특히 나리칼라 요새에서 내려다보는 도시 전경은 과거의 군사 요충지였던 이곳의 전략적 위치를 실감케 하며, 인근의 유황 온천 지구는 여전히 고대의 생활 문화를 간직하고 있다. 동시에 트빌리시는 현대 문화도 적극 수용하고 있다. 시청 건물, 평화의 다리, 루스타벨리 대로 등은 소련 시절과 독립 이후의 정치적 격변을 반영하며, 최근에는 현대 미술관과 디자인 갤러리, 카페 문화까지 더해져 유럽 도시와 같은 세련된 감성을 함께 담고 있다. 이처럼 트빌리시는 도시 전체가 역사적 시간성과 현대적 감각이 겹쳐진 입체적 구조를 띠고 있어, 방문하는 이들에게 시간의 레이어를 따라 걷는 경험을 제공한다. 단순한 유적지가 아니라, 도시 그 자체가 살아 있는 역사책이라 할 수 있다.

 

성삼위 교회는 신앙과 자연이 만나는 가장 고요한 성지다

성삼위 교회(Gergeti Trinity Church)는 조지아 북부 카즈베기 지역의 중턱에 세워진, 조지아 정교회 소속의 성소로서, 고도 약 2,170미터에 자리한다. 14세기 중반에 지어진 이 교회는 단순한 예배 공간을 넘어, 조지아인의 신앙심과 자연 숭배의 전통이 교차하는 공간으로 여겨진다. 교회로 오르는 길은 험하고도 길지만, 그 여정 자체가 순례와 같은 깊이를 부여한다. 여행객들은 4륜 구동 차량이나 도보로 산길을 따라 오르며, 점점 멀어지는 마을 풍경과 가까워지는 카즈베기 산의 설산 능선을 체감하게 된다. 교회는 단일한 돔 구조에 거친 석재로 지어진 단출한 모습이지만, 그 단순함 속에 오히려 강한 존재감을 발산한다. 특히 일출과 일몰 시간에 맞춰 주변이 붉게 물들 때, 교회가 산과 하늘 사이에 외롭게 솟은 형상은 하나의 시적 장면이 된다. 성삼위 교회는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깊다. 오스만이나 페르시아 침략 시기, 트빌리시의 성물들이 이곳에 피신되며 종교와 문화의 최후 방어선으로 기능하기도 했다. 그만큼 교회는 단순한 종교 건축이 아니라 민족의 정체성과 영적 중심을 상징한다. 이처럼 성삼위 교회는 외형보다 그 위치와 맥락이 의미를 만들어내며, 조지아의 자연과 신앙이 어떻게 공존해 왔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카즈베기 산에서 만나는 자연의 경외와 인간 존재의 겸허함

카즈베기 산은 조지아 북부, 러시아 국경 인근에 위치한 해발 5,047미터의 고봉으로, 코카서스 산맥에서 가장 인상적인 풍경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이곳은 단순한 등산지가 아닌, 조지아인의 정신적 고향과도 같은 상징적 공간이다. 고대부터 이 산은 신들과의 연결점으로 여겨졌으며, 많은 신화와 전설이 산과 관련되어 전해진다. 특히 고대 조지아 설화에서는 프로메테우스가 이 산에 사슬로 묶였다고 전해지며, 이는 고난과 희생, 자유에 대한 상징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카즈베기 산을 마주하게 되면, 산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조각물처럼 느껴지며, 그 앞에서 인간은 자연 앞의 겸허한 존재로 서게 된다. 산악 지형답게 날씨는 시시각각 변하고, 구름과 안개가 산 능선을 감싸는 장면은 마치 현실과 초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성삼위 교회 뒤편에서 카즈베기 산을 바라볼 때, 그 구도는 ‘조지아’라는 나라 전체의 풍경과 정신을 함축한 장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이 지역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트레킹, 캠핑, 등반 등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다. 그러나 단순한 레저를 넘어서, 이곳을 걷는 이들은 자연과 시간, 인간 삶의 의미에 대해 사유하게 된다. 그래서 카즈베기 산은 조지아의 자연 유산이자, 인문적 경험이 교차하는 거대한 성소로 기능한다. 이곳에 서는 순간, 세상의 소음은 멀어지고, 조용한 감동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울려 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