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은 동남아시아에서 독보적인 지형미와 자연 경관으로 사랑받는 여행지다. 그중 하롱베이와 닌빈은 각기 다른 성격의 풍경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베트남의 자연미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장소다. 하롱베이는 바다 위로 솟은 석회암 카르스트 지형이 절경을 이루며, 닌빈은 논밭과 강, 석산이 어우러진 육지 속 하롱베이라 불릴 만큼 이국적인 조화를 보여준다. 이 두 지역은 단순히 관광 명소를 넘어 베트남의 문화적 깊이와 생태적 다양성을 품은 자연유산으로서의 가치가 높다. 본문에서는 하롱베이의 해양 지형 특성과 문화, 닌빈의 생태관광과 종교적 풍경, 그리고 이 두 장소가 현대 베트남 관광산업과 국가 정체성에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입체적으로 살펴본다.
하롱베이는 바다 위의 석회암 풍경이 빚은 자연 조형 예술이다
베트남 북부 통킹만(Tonkin Bay)에 위치한 하롱베이는 약 2,000여 개에 달하는 석회암 섬과 암초가 에메랄드빛 바다 위에 흩어져 있는 독특한 지형으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 지역의 암석들은 약 5억 년 전부터 형성되어온 지질학적 역사와 수천 년에 걸친 침식 작용의 결과물이며, 바다와 바위가 만들어낸 조형미는 ‘자연이 만든 조각 정원’이라 불릴 만큼 예술적이다. 하롱베이는 단순한 자연경관에 그치지 않고, 베트남 민속 설화와도 밀접히 연결된다. 전설에 따르면 하롱이라는 명칭은 ‘용이 내려온 곳’이라는 뜻으로,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하늘에서 내려온 용이 바다 위에 돌을 뿌려 산을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오늘날 이 전설은 하롱베이의 수많은 섬에 붙은 이름과 이야기들 속에서 생생히 살아 있다. 투어리스트는 유람선을 타고 항해하며 다채로운 섬과 동굴, 해상 어촌 마을을 관찰할 수 있고, 수상카약이나 패들보드를 이용해 암초 사이를 직접 탐험할 수도 있다. 특히 티톱섬(Titop Island)이나 성하동(Sung Sot Cave) 같은 명소는 그 아름다움과 규모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하롱베이는 단순한 해양 관광지가 아니라, 수백만 년의 시간이 빚어낸 자연 조형물과 그 위에 겹쳐진 인간의 신화와 기억이 어우러진 복합 문화경관이라 할 수 있다. 그 자체가 베트남이라는 국가의 상징으로 기능하며, 자연과 민속이 결합된 희귀한 풍경을 여행자들에게 선사한다.
닌빈의 풍경은 육지 속 하롱베이라 불릴 만큼 신비롭고 고요하다
닌빈은 하노이에서 남쪽으로 약 90km 떨어진 지역으로, 강과 논, 석회암 절벽이 어우러진 독특한 풍경으로 인해 '육지의 하롱베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이곳의 대표 명소인 짱안(Tam Coc)과 짱안-비찐 생태구역은 유네스코 세계복합유산으로 지정되었으며, 자연생태와 인류 문화를 함께 보존하는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닌빈을 구성하는 주요 요소는 초록빛 논밭과 그 사이를 흐르는 느린 강물, 그리고 그 위로 솟아오른 석회암 절벽이다. 관광객은 전통적인 노 젓는 배를 타고 협곡 사이를 유유히 지나가며 동굴과 절벽, 사찰이 뒤섞인 독특한 공간을 경험한다. 이러한 유람은 단순한 자연 감상이 아닌, 과거 조선 왕조 시기 천도를 논의했던 수도 후보지였던 닌빈의 역사적 의미를 함께 되새기는 여정이기도 하다. 닌빈은 동시에 종교적 공간으로서도 의미가 깊다. 베트남 최대 불교 사찰인 바이딘 사원(Bai Dinh Temple Complex)은 이 지역의 중심에 위치하며, 수많은 석불과 청동 불상이 거대한 규모로 조성되어 있어 방문객들에게 경외감을 안겨준다. 또한 호아르(Hoa Lu) 고성은 10세기 베트남 최초의 독립 왕조인 딘 왕조의 수도였던 역사적 장소로, 닌빈의 문화적 뿌리를 증명한다. 닌빈의 자연은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삶과 종교, 정치가 교차해온 역사의 장이기도 하다. 이처럼 닌빈은 풍경이 곧 유산이자, 사람과 자연이 섬세하게 공존해온 장기적 시간의 축적물이라 할 수 있다.
하롱베이와 닌빈은 베트남이라는 공간이 품은 풍경의 이중성이다
하롱베이와 닌빈은 각기 다른 환경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베트남의 자연미와 문화성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하롱베이가 해양 카르스트 지형의 웅장함과 신화적 상상력을 품고 있다면, 닌빈은 육지 위의 고요한 강과 석산이 어우러진 정적인 미감을 전한다. 이 두 지역은 형태적 차이를 지니면서도 공통적으로 인간과 자연, 역사와 현재가 조화롭게 얽혀 있는 장소로, 베트남이라는 국가가 지닌 지리적 다양성과 문화적 심층성을 상징한다. 더불어 두 곳 모두 유네스코 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베트남 정부가 적극적으로 보존과 관광 개발을 병행하고 있는 대표 사례이기도 하다. 하롱베이는 국제 관광의 중심지로서의 상징성을 강화해 가고 있고, 닌빈은 생태관광과 종교, 역사유산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지역 관광 모델로 부상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두 지역은 베트남 관광 산업의 양대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국가 경제와 문화 정책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여행자에게 있어 이 두 장소를 모두 방문하는 일은 단순한 명소 탐방이 아니라, 베트남이라는 국가를 구성하는 자연과 문화, 역사와 현재를 입체적으로 경험하는 방식이 된다. 결국 하롱베이와 닌빈은 그 자체로 베트남이라는 공간이 품고 있는 풍경의 이중성이자, 세계가 주목하는 살아 있는 문화생태의 교차점이라 할 수 있다.